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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소모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시 풍경을 간직한 곳

by 아침조각 2025. 9. 16.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 중에는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원시적인 풍경을 간직한 곳들이 있다.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속한 작은 섬 소모도(小茅島) 역시 그중 하나다. 면적은 불과 0.78㎢, 인구는 30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마을, 청정한 숲, 그리고 옛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과 정겨운 삶의 흔적이 공존하는 소모도는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신비의 섬’이라 할 만하다.

 

신비의 섬, 소모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시 풍경을 간직한 곳

 

 

 

1. 소모도의 역사와 지명 유래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속한 소모도는 동경 126°53′, 북위 34°13′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약 0.78㎢, 해안선 길이는 8km에 불과하며, 2016년 기준 24가구 35명 정도가 거주한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스며 있다.

소모도의 이름은 예부터 이곳에 띠(茅, 모)가 많아 ‘모도(茅島)’라 불린 데서 비롯되었다. 인근의 큰 섬은 대모도, 작은 섬은 소모도라 불렀다. 약 1620년 무렵 황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처음 정착하였고, 이후 최씨, 서씨 등이 이주하며 마을을 형성했다.

1970년대에는 275명 이상이 살던 활기찬 섬이었으나, 현재는 불과 30여 명의 고령 인구만이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며 많은 이들이 떠나갔지만, 여전히 남은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섬을 지켜내고 있다.

소모도는 행정명으로 모북리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모도의 북쪽에 위치한 섬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다. 그만큼 소모도는 단순한 작은 섬이 아니라, 역사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간직한 터전이다.

 

 

2. 소모도 마을 풍경과 생활 모습

소모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선착장이다. 좌우 방파제는 길이가 짧고, 정박한 배도 많지 않아 소박한 어항의 정취를 풍긴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로 되어 있어, 경운기나 농기계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지금도 주민들은 지게를 이용해 생활 필수품을 나르며, 옛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마을 골목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집집마다 마당은 협소하며 골목길은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담은 강풍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고, 샘터와 우물이 곳곳에 남아 있어 생활의 터전이 되어 준다.

마을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강풍에도 끄떡없이 버티며 세월을 견뎌왔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1960~70년대 시골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민속촌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물건 운반용 리프트가 있었지만 전기요금 문제로 중단되었다. 지금은 주민들의 손과 발이 곧 삶의 도구가 된다. 그만큼 불편한 생활이지만, 오히려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의 터전으로 남아 있다.

 

 

3. 자연 풍광과 오늘날의 소모도

소모도는 작지만 그 풍광은 웅장하다. 마을 고지대에서 바라보면 청산도와 대모도, 여서도는 물론 맑은 날에는 제주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섬 주변에는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해송, 생달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 방풍림 역할을 하며 섬을 감싸고 있다.

2004년부터 대모도에서 전기 공급이 이루어져 24시간 전기가 사용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민박이나 가게도 없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텐트와 생활필수품을 직접 챙겨야 한다. 최근에는 마을회관이 현대식으로 준공되어 숙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적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매년 정월 초하루가 되면 주민들은 산신제를 지내며 풍농과 풍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또한 효자 이야기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등 구전문화도 여전히 살아 있다.

폐교된 모북초등학교, 작은 교회, 그리고 마을회관 겸 경로당은 주민들의 중심 공간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집집마다 난방이 어려워 경로당에서 모여 지내며 공동체의 온기를 나눈다. 외부에서는 단순한 시설로 보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기반이다.

낚시꾼과 소수의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소모도는 고요하다. 청정한 자연과 옛 마을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청산도 근처 숨은 섬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소모도는 비록 작은 섬이지만, 그 안에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과 돌담, 숲과 샘터, 그리고 고령의 주민들이 지켜내는 삶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소중한 가치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소모도는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상업적 관광지가 아닌, 오히려 옛 시골마을의 정취와 청정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 그래서 소모도는 신비의 섬 이라 불릴 만하다. 완도 여행이나 청산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이 특별한 섬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