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자동화 시스템 뒤에서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보조 업무들

by 아침조각 2025. 12. 14.

자동화 시스템은 효율과 정확성을 이유로 다양한 영역에 도입되고 있다. 무인 매장, 자동 고객센터,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 행정 자동화 등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소개된다. 그러나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자동화가 모든 과정을 대체하지 못하며,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하는 영역을 사람이 보조 업무 형태로 지속적으로 메우고 있다. 이 글은 자동화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보조 업무의 실체를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자동화 시스템 뒤에서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보조 업무들

 

 

 

 

1. 자동화 시스템이 전제하는 이상적 조건과 현실의 차이

자동화 시스템은 데이터가 정확히 입력되고, 예외 상황이 최소화되며, 환경 변화가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이론적으로는 입력과 출력이 명확하고, 오류 발생 확률이 낮은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현실의 환경은 이러한 조건을 거의 충족하지 않는다. 데이터 입력 단계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하고, 사용자 행동은 예측 범위를 벗어나며, 시스템 설계 당시 고려되지 않은 변수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이 차이를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사람이다. 자동화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한 입력값을 사람이 수정하고, 오류로 분류된 사례를 재확인하며, 시스템이 멈춘 지점을 임시로 우회한다. 이러한 보조 업무는 시스템 로그나 공식 성과 지표에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는 작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개입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조 업무가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템 도입 이후 발생하는 사람의 개입은 예외로 취급되며, 임시 대응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임시 대응은 상시 업무로 고착화된다. 자동화가 완성될수록 보조 업무는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보조 업무가 새로운 형태의 상시 노동으로 자리 잡는다.

 

 

2. 시스템 오류를 수습하는 보이지 않는 대응 업무

자동화 시스템에서 오류는 피할 수 없는 요소다. 문제는 오류 자체보다 오류 이후의 처리 방식이다. 시스템이 오류를 감지하면 알림이나 경고를 발생시키지만, 그 이후의 판단과 조치는 대부분 사람이 수행한다. 오류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문제가 맞는지 확인하며, 고객이나 사용자에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과정은 자동화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무인 매장에서 결제 오류가 발생하면 시스템은 단순히 결제 실패 상태를 표시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직원이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을 안내하며, 재결제나 수동 처리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시스템 성능 평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매장의 정상 운영에는 필수적인 업무다. 자동화가 도입되었다는 이유로 이 노동은 공식적인 업무 범주에서 축소되거나 간과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된다. 자동 분류 시스템이 콘텐츠나 계정을 오류로 판단하면,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은 사람이 맡는다. 이 보조 업무는 시스템의 정확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외부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시스템은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유지된다.

 

 

3. 자동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반복 노동

자동화는 단순 반복 노동을 줄이기 위한 기술로 소개되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반복 노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스템이 처리한 결과를 사람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업무가 대표적이다. 자동화된 결과물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반복적인 확인 작업이 발생한다.

데이터 처리 영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자동 수집된 데이터는 오류, 중복, 누락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사람이 정리해야만 실제 활용이 가능하다. 이 과정은 단순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자동화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노동은 창출된 성과로 인식되지 않고, 비용 절감 효과 뒤에 가려진다.

이러한 반복 노동은 주로 비정규적이거나 외주 형태로 처리된다. 자동화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부속 요소로 취급되며 가시화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동화는 노동을 제거하기보다, 다른 형태로 재배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록되지 않는 보조 업무가 남기는 구조적 문제

자동화 시스템 뒤에서 이루어지는 보조 업무가 기록되지 않을 때, 여러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실제 운영 비용이 과소평가된다.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사람의 개입이 비용으로 명확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자동화의 경제성이 과장된다. 둘째, 노동의 가치가 축소된다. 보조 업무는 공식적인 성과나 평가 기준에서 제외되기 쉬워, 노동의 질과 강도가 반영되지 않는다.

셋째, 문제 개선이 지연된다. 보조 업무가 시스템 외부에서 처리될수록, 오류의 근본 원인은 설계 단계로 환류되지 않는다. 사람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은 채 유지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보조 노동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자동화 시스템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기계가 처리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보조 업무가 사람에게 남아 있는지다. 기록되지 않는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축적된다. 자동화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뒤에서 이루어지는 이 보조 업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