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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대모도, 옛 고향의 정취를 간직한 띠섬

by 아침조각 2025. 9. 17.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속한 대모도(大茅島)는 풀의 한 종류인 띠가 많아 붙여진 이름의 섬이다. 면적 5.83㎢, 해안선 길이 21.7km에 달하는 비교적 큰 섬이지만, 오늘날에는 200명 남짓한 주민들만이 남아 전통적인 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모서리와 모동리라는 두 마을로 나뉜 대모도는 옛 시골 풍경과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 그리고 주민들의 교육 열정이 깃든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섬이다.

 

 

전남 완도 대모도, 옛 고향의 정취를 간직한 띠섬

 

 

 

 

1. 대모도의 개요와 지명 유래

 

대모도는 완도 본섬에서 직선거리로 약 9.75km 떨어져 있으며, 청산도의 서쪽 앞바다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소모도, 여서도, 소안도가 있어 다도해의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섬 중앙부에는 모성산과 대봉산이 각각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고, 동서쪽 경사가 완만한 곳에는 취락과 농경지가 분포한다. 특히 동쪽과 남쪽 해안에는 해식애가 발달해 거친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지명의 유래는 단순하다. 이곳에 띠풀이 많아 ‘모도’라 불렸고, 큰 섬은 대모도, 작은 섬은 소모도라 구분하게 되었다. 1620년대 마씨와 방씨가 처음 입도해 마을을 형성했으며, 조선시대에는 강진현 가리포진에 속하다가 1896년 완도군 편입 이후 오늘날 청산면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 대모도의 주민은 주로 어업과 농업을 병행한다. 하지만 섬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6년 기준 약 200여 명에 불과하고, 초등학생도 5명뿐이다.

 

 

2. 모서리 마을 – 독립운동의 흔적과 풍요로운 바다

 

대모도의 서편 마을은 모서리다. 예로부터 김, 미역, 다시마 양식 조건이 좋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 되었고, 특히 김 양식은 완도군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내만의 지주식에서 외해의 부류식으로 양식 방식이 변화하면서 마을 앞바다는 인근 섬 주민들에게도 임대될 만큼 생산성이 뛰어났다.

모서리의 포구는 소안도를 마주하고 있으며, 해안과 고지대에 걸쳐 집들이 들어선 전형적인 섬마을 구조를 하고 있다. 마을회관과 정자가 선착장 앞에 자리해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고, ‘띠섬 모도 서리’라는 마을 표지석 옆에는 모도항일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모서리는 단순한 어촌 마을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청년들은 소안도의 배달청년회와 연대하여 항일 운동을 펼쳤고, 1921년에는 개량서당인 모도원숙을 세워 학문을 일깨우며 민족정신을 고취했다. 이후 청년회는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가혹한 탄압을 받았지만, 순국한 애국지사 천홍태 선생 같은 인물의 이야기는 지금도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또한 1960년대에는 ‘청운독서회’라는 도서관이 세워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육과 독서 문화를 이어갔다. 이는 당시 섬마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주민들의 높은 선견지명과 교육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3. 모동리 마을 – 생활의 중심과 따뜻한 공동체

대모도의 동편에 자리한 모동리는 행정과 생활 기반 시설이 집중된 마을이다. 면출장소, 보건진료소, 우편취급소, 한전 등이 이곳에 있고, 반대로 경찰출장소와 학교는 모서리에 있어 예전에는 두 마을 간 왕래가 잦았다. 지금은 자동차 도로가 생겨 교류가 훨씬 편리해졌다.

모동리는 산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사진 마을이다. 골목은 좁고 담벼락은 돌담이 많아 정겨운 시골 분위기를 풍기며, 곳곳에 공동 우물터가 있어 옛 공동체 생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초가집 같은 전통 가옥은 사라졌지만, 대신 마을 복지회관과 팔각정 쉼터가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마을 어귀에는 ‘모동성교회’라는 작은 교회가 있고,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는 바다와 밭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동리 사람들은 온화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서리와는 다른 생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두 마을 모두 바다와 농업에 의지하며 공동체적 삶을 이어가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대모도는 단순한 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띠풀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모서리 마을에서는 독립운동과 교육 문화의 역사를 만날 수 있으며, 모동리 마을에서는 소박하고 따뜻한 공동체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인구는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었지만, 대모도는 여전히 완도의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고향의 정취와 섬마을의 역사성은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완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청산도와 여서도만 둘러보지 말고 대모도의 모서리와 모동리까지 걸음을 옮겨보길 권한다. 바람과 파도, 돌담과 골목, 그리고 역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대모도는 잊히지 않을 섬 여행의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