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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 이유

by 아침조각 2025. 12. 16.

 

현대의 조직과 시스템은 숫자로 설명되는 구조 위에서 운영된다. 인건비 생산성 효율 자동화율과 같은 지표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실제 운영 현장에는 이러한 지표로 포착되지 않는 노동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 노동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오류를 보완하며 업무를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이 글은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왜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는지 그 구조적 이유를 분석한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 이유

 

 

 

 

1. 비용으로 계산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그 한계

노동이 비용으로 환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노동의 시작과 종료가 명확해야 하며 수행 주체가 구분되어야 하고 산출물이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반복 가능성과 측정 가능성이 전제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때 노동은 시간 단가나 성과 기준으로 계산될 수 있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외 상황 대응 오류 수정 판단 보완과 같은 작업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판단과 조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산출물 역시 단일 결과로 환원된다.

또한 이 노동은 다른 업무와 중첩되어 수행된다. 공식 업무 흐름 사이사이에 발생하며 독립된 작업 단위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비용 계산의 대상이 되기 전에 업무로 인식되지 않는다. 노동은 존재하지만 계산 가능한 형태로 정리되지 않는 상태에 놓인다.

 

 

2. 시스템 중심 관리 방식이 노동을 배제하는 구조

현대 조직은 시스템 중심으로 관리된다. 업무는 시스템에 입력되고 처리되며 결과는 기록으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한 노동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시스템은 결과만을 저장하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조정과 보완 과정을 기록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노동의 가치가 시스템 로그와 지표에 의해 정의된다. 자동 처리 비율 처리 속도 오류 발생률과 같은 수치는 관리의 기준이 되지만 그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사람의 개입은 수치 바깥에 위치한다. 결과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시스템 중심 관리 방식은 예외를 비정상으로 취급한다.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노동은 시스템의 실패를 드러내는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에 공식화되지 않는다. 조직은 예외를 구조적 문제로 다루기보다 개인의 대응 능력으로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비용이 아닌 개인 역량의 문제로 전환된다.

 

 

3.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조직 내부에서 소비되는 방식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조직 내부에서 조용히 소비된다.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은 시스템이 요구하지 않는 작업을 스스로 판단해 처리한다. 이 노동은 업무를 원활하게 만들지만 별도의 보고나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노동은 종종 책임감이나 숙련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문제를 미리 처리하고 오류를 예방하는 행위는 긍정적인 태도로 평가되지만 그에 따른 시간과 에너지는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조직은 이 노동을 추가 비용 없이 확보한 자원처럼 활용한다.

또한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반복될수록 당연한 업무로 인식된다. 처음에는 예외 대응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시 업무가 된다. 그러나 공식 업무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인력 배치나 보상 구조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노동은 축적되지만 비용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이 남기는 장기적 문제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으면 조직은 실제 운영 비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효율은 숨겨진 노동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자동화나 효율화의 성과를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또한 노동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은 특정 인력에게 집중되기 쉽다. 숙련도가 높은 사람이나 책임 범위가 넓은 사람에게 예외 대응이 몰리며 이는 피로와 소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비용 지표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조직은 문제 해결 능력이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는 상태가 된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이 축적될수록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고 사람의 개입에 기대는 구조가 고착된다. 이는 확장 단계에서 심각한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을 비용으로 환산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노동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조직의 선택이다. 이 노동을 드러내고 비용 구조에 포함시키는 것은 효율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과정이다. 자동화와 시스템 중심 운영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전제로 한 계산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