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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

by 아침조각 2025. 12. 18.

디지털 교육 시스템은 학습 효율과 교육의 표준화를 목표로 학교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었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학습 관리 시스템 디지털 교과서 자동 평가 도구 등은 교사의 업무를 줄이고 학생 관리와 평가를 체계화하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 시스템이 교사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비공식 노동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 글은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의 구조와 그 의미를 분석한다.

 

디지털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

 

 

 

 

1.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 전제하는 이상적 수업 환경

디지털 교육 시스템은 일정한 전제 위에서 설계된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기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네트워크 환경에 문제가 없으며 시스템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다는 가정이 그 기반이 된다. 또한 학습 진도와 평가 결과가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기록되고 관리될 수 있다는 전제도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 교실 환경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학생마다 기기 숙련도와 접근 환경이 다르며 시스템 오류나 접속 문제는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디지털 교과서와 학습 플랫폼은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요구하지만 학생의 이해 수준과 학습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은 교사가 수행한다. 시스템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교사는 학생 개별 상황을 고려해 설명을 보완하고 사용 방법을 다시 안내하며 수업 흐름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시스템 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이며 공식적인 수업 시간이나 업무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2, 교사가 수행하는 대표적인 비공식 노동의 유형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술 지원 역할이다. 수업 중 발생하는 로그인 문제 기기 오류 자료 미표시 상황에서 교사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는 수업 준비나 교수 활동과는 다른 성격의 노동이지만 교실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 다른 유형은 학습 내용의 재구성 노동이다. 디지털 교재와 시스템은 표준화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교사는 시스템이 제시한 자료를 학생 수준에 맞게 다시 설명하거나 추가 자료를 만들어 보완한다. 이 작업은 시스템 사용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준비 노동이다.

평가 영역에서도 비공식 노동은 발생한다. 자동 채점이나 학습 로그는 학습 결과를 수치로 보여주지만 학생의 이해도나 참여도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교사는 시스템 결과를 다시 해석하고 보완 평가를 수행하며 그 판단을 비공식적으로 기록한다. 이 과정은 평가의 질을 유지하지만 공식 업무로 인정되지 않는다.

 

 

3. 비공식 노동이 기록되지 않는 구조적 이유

디지털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의 비공식 노동은 대부분 결과만 남고 과정은 사라진다. 시스템에는 출석 점수 평가 결과만 저장되며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교사가 수행한 추가 설명 조정 판단은 기록되지 않는다. 이는 시스템이 측정 가능한 요소만을 관리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또한 비공식 노동은 수업 흐름 속에 흡수되어 수행된다. 기술 지원 설명 보완 개별 지도는 수업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사람이 대신 처리하는 행위다. 이 노동은 분리된 업무로 인식되지 않아 비용이나 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교육 조직 역시 이 노동을 구조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디지털 교육 도입은 효율성과 혁신의 성과로 설명되기 때문에 추가 노동을 공식화하는 것은 정책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인식된다. 결과적으로 교사의 비공식 노동은 개인의 헌신이나 역량으로 전환되어 소비된다.

 

디지털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동 재인식

디지털 교육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비공식 노동을 전제로 삼는 현재의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은 교사를 대체하지 않으며 교사의 역할을 다른 형태로 이동시킬 뿐이다. 이 이동된 노동이 보이지 않을 때 교육 현장은 지속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

비공식 노동이 누적될수록 교사의 업무 범위는 확장되지만 공식 업무 정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교사의 피로와 소진으로 이어지며 디지털 교육에 대한 저항을 강화한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은 반복된다.

디지털 교육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도입 이후 줄어든 업무뿐 아니라 새롭게 발생한 노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을 기록하고 인정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교육 시스템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과 노동의 문제다. 교사가 수행하는 비공식 노동을 구조 안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디지털 교육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