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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도, 부자 어촌마을이라 불린 신비의 섬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속한 작은 섬, 장고도는 대천항에서 약 22km 떨어져 있으며 삽시도에서 배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아담한 섬이다. 면적은 1.5km²로 크지 않지만, 해안선 길이는 8.6km에 이른다. 인구는 132가구 308명(2021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풍부한 해산물 자원 덕분에 ‘부자 어촌마을’로 불린다.섬의 이름은 장구처럼 생긴 모양에서 비롯되었는데, 과거에는 장구섬·외장고도 등으로 불리다가 1910년 이후 공식적으로 장고도(長古島)’라 표기되었다. 이 섬은 아름다운 해수욕장, 전통 민속놀이, 그리고 독특한 신앙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충남의 제주도라 불리며 여름철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이번 글에서는 장고도의 매력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1... 2025. 9. 25.
안마도의 잊히지 않는 시간의 풍경 전라남도에서 가장 북쪽, 전북 부안과 바다를 사이에 둔 경계선에 안마도(鞍馬島)가 있다. 이름처럼 말안장을 닮은 지형을 품은 이 섬은 면적 5.8㎢, 해안선 약 36km의 규모에 비해 유독 고요하다. 파시(波市)의 흥청거림을 겪었고, 국가 목장과 당산제의 기억을 품었으며, 지금은 꽃게·서대·민어가 오가는 선착장에서 일상의 박동이 이어진다. 법성포 계마항에서 배로 향하던 길, 물때와 풍랑에 운항 시간이 달라지는 까다로운 접근성마저 이 섬에는 묘한 매력으로 남는다. 바다는 더 이상 조기를 가득 실어 나르지 않지만, 안마도는 여전히 살아 있는 해양문화의 박물관이다. 이번 글에서는 계마항과 가마미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안마도의 역사·생활·길들을 따라 걸으며, 섬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와 오늘의 얼굴을 소개한다. .. 2025. 9. 25.
동서로 길게 누운 섬 만지도 통영 달아항에서 배로 잠깐, 저녁 햇살을 등에 업고 다가가면 동서로 길게 누운 작은 섬 만지도와 그 위를 잇는 출렁다리가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한 줄기 파동처럼 흔들리며 여행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만지도는 규모로 말하지 않는다. 짧은 길이 깊은 풍경을 품을 수 있음을, 가벼운 흔들림이 단단한 연결을 만든다는 것을 조용히 증명한다. 포구의 소금기, 숲길의 흙 냄새, 다리 위 바람의 떨림,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박자 그 모두가 하루의 리듬이 된다. 1. 작지만 온기 있는 섬의 프로필경남 통영시 산양읍 저림리 바다에 자리한 만지도(晩地島)는 면적 0.233㎢, 해안선 약 2km의 아담한 섬이다. 통영 시내에서 남서쪽 약 15km, 배의 출발지인 산양읍 달아항에서 3.8km면 닿는다. 동쪽으로는 연대도와.. 2025. 9. 24.
돌아보는 것으로도 아름다움에 취하는 가거도 목포에서 바다를 200km 넘게 건너야 만나는 최서남단의 외딴섬, 가거도는 한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절경에 취하게 만드는 섬이다.가거도는 사람과 파도, 바위와 바람이 함께 쌓아 올린 거대한 서사시다. 국토의 바깥 경계를 지키며, 어장과 철새와 숲을 품고, 때로는 태풍과 겨루고 때로는 햇볕과 타협하며 ‘가히 살 만한 섬’의 조건을 매일 갱신한다. 멀고 험하다는 이유로 미뤄 둔 여행이 있다면, 가거도만큼은 마음의 지도에 한 번쯤 꼭 찍어 두자. 1) 한국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라는 지명 안에 든 역사와 삶 전남 신안군 흑산면 끝자락에 자리한 가거도는 총면적 9.710㎢, 해안선 22km, 2021년 기준 343세대 504명이 살아가는 국경의 섬이다. 목포에서 직선 145km(뱃길 233km), 흑산도에.. 2025. 9. 20.
간월도의 일몰·젓갈·철새가 만드는 시간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는 바다를 막아 육지가 된 뒤에도 섬의 기억을 품은 채, 간월암 일몰과 어리굴젓, 천수만 철새로 사계가 분명한 여행을 선사한다.간월도는 섬→간척→육지형 섬으로 이어진 한국 근현대의 압축 파일이다. VLCC 물막이의 기술사, 간월암 일몰의 미학, 어리굴젓의 생활사, 천수만 철새의 생태사가 한 지평에서 겹친다. 여행자는 포구에서 젓갈 한 병을 들고, 모래톱을 건너 암자에서 노을을 보고, 제방 위에서 새의 군무를 올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바다는 뒤로 물러났어도 섬의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간월도는 오늘도 바람을 등지고 빛을 맞으며, 사람·음식·새가 빚는 장면을 차곡차곡 이어가고 있다. 1) 섬의 기억과 거대한 간척간월도는 본래 천수만 안에 떠 있던 작은 섬이었다. 행정상.. 2025. 9. 19.
유인도에서 무인도로 다시 유인도가 된 섬 내초도 경남 통영 앞바다 욕지도 근해에 자리한 내초도(內草島)는 한때 무인도로 사라질 뻔했으나, 다시 사람이 돌아와 삶의 불씨를 살려낸 섬이다. 내초도는 떠났던 사람들이 남긴 빈자리 위에,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쌓아 올린 생활의 성벽으로 서 있는 섬이다. 유인도에서 무인도, 다시 유인도로의 변주는 불안정과 회복, 상실과 개간, 침묵과 노래가 번갈아 울리는 서사다. 바람과 파도, 동백과 염소, 작은 배와 짧은 선착장, 낚싯대와 우물, 학교터와 교회터가 한 화면에서 겹쳐지며 섬의 현재를 완성한다. 욕지도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내초도에 발을 디디는 순간 여행자는 도시의 시계를 벗고 바다의 시간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섬은 크지 않다. 그러나 삶의 단단한 문장 몇 개로도 충분히 오래 기억되는 섬이다. 오늘도 내초도는.. 2025. 9. 19.